[글쓴이의 말]
2년 동안 10명의 시인을 만났다. 어떤 시인과는 함께 울었고 어떤 시인과는 세찬 소나기와 우박을 함께 맞았고 어떤 시인과는 신명 나는 고통을 나누어 가졌고 어떤 시인과는 소복이 쌓인 눈길을 함께 걷기도 하였다. 그들은 나비였으며 눈이었으며 창공을 훨훨 나는 새, 비, 달팽이, 지렁이, 낙타, 기린, 사자, 그들은 붉은 꽃, 붉은 각혈, 흐느끼는 샛 붉은 울음이었다. 여기, 詩人들이 있다. 여기, 시대를 탄주하는 10명의 佳人이 있다. 그들이 있어 아침 해는 빛나고 노을은 붉게 타오른다. 그들이 있어 아직, 세상은 살 만하다. 2021년 3월, 홍수연 ― 글쓴이의 말 중에서 부산 출생 1992년 『교육자료』 시 부문 3회 추천 완료 2018년 『모던포엠』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즐거운 바깥』 공저 『당신을 사랑할 겨를도 없이』 시인뉴스 『포엠』 편집부 기자 (현)시인뉴스 『포엠』 편집위원
시에세이 011 홍수연 대담집 비의 왼쪽 목소리 초판 1쇄 인쇄 | 2021년 04월 05일 초판 1쇄 발행 | 2021년 04월 12일 지 은 이 | 홍수연 펴 낸 이 | 문정영 펴 낸 곳 | 시산맥사 등록번호 | 제300-2013-12호 등록일자 | 2009년 4월 15일 주 소 | 03131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길 36, 월드오피스텔 1102호 전 화 | 02-764-8722, 010-8894-8722 전자우편 | 시산맥카페 | ISBN | 979-11-6243-176-4(03810) 979-11- 6243-017-0 03810 값 15,000원 * 이 책은 전부 또는 일부 내용을 재사용하려면 반드시 저작권자와 시산맥사의 동의 를 받아야 합니다. * 이 에세이집은 교보문고와 연계하여 전자책으로도 발간되었습니다. * 이 도서는 카카오톡 선물하기 <독서의계절>에서도 구입할 수 있습니다. * 저자의 의도에 따라 작품의 보조 동사와 합성 명사는 띄어쓰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재무 _ 018 오민석 _ 032 마경덕 _ 058 박완호 _ 082 백인덕 _ 108 김박은경 _ 132 최광임 _ 158 천서봉 _ 186 김 륭 _ 210 이화영 _ 234 [시인의 말들] 독자들이여, 글쓰기는 근육운동입니다. 근육은 날마다 운동을 할 때 생겨납 니다. 또 글쓰기는 관성의 법칙이 적용되는 작업입니다. 열정은 재능입니다. 재 지 말고 계산하지 말고 한 번뿐인 인생 뜨겁게 살아봅시다. 타다가 만 땔감처 럼 보기 싫은 게 어디 있겠습니까? 자신의 삶과 생을 활활 태우다 갑시다. 완 전하게 태운 땔감이 남긴 재는 얼마나 곱고 부드럽습니까? _ 이재무 시인
생의 지도는 스스로 갈증이 되어 갈증을 견디는 낙타의 발자국들로 어지럽 다. 시는 견딜 수 없는 것을 견디는 자들이 내뱉는 한숨이다. _ 오민석 시인 시 쓰기는 “간절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간절함을 전하거나” 견딜 수 없는 간절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더욱 간절해지는” 작업입니다. 시에게 어떤 기대나 대가를 바래서는 안 됩니다. 저는 삶에 대한 절망이 많아 그 힘으로 시를 쓰고 있어요. 시는 권력도 아니고 아무 힘도 없기에 그 쓸모없음이 오히려 쓸모가 되는 것이라고 하지요. 시는 삶에 찌든 우리의 영혼을 정화(淨化)시킨다고 믿어요. _ 마경덕 시인 시인은 단순히 언어를 다루는 기술자가 아니다. 시인의 언어는 수단을 뛰어 넘어 스스로를 추구하려는 기질을 지닌다. 나는 언어를 능숙하게 다루는 시인 이 되기보다는, 언어와 더불어 살과 마음을 섞어가며 한세상을 살고 싶다. 한 편의 시로 부화할 순간을 기다리며 도처에 숨어 있는 키 작은 존재들을 찾아 매 순간 길을 나서고 싶다. _ 박완호 시인 ‘자기완성’은 상대성을 갖지 않기에 어떤 외적 상태에 의해 규정되지 않습니 다. 저는 언어의 숲 가장자리만 맴돈 허기에 사로잡힌 ‘아웃사이더’로서 필생의 시, 단 한 편을 향해 언제나 변방을 더듬을 것입니다. _ 백인덕 시인 샤우나 샤피로는 ‘정신이 방황할 때 우리가 더 불행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어요. 그렇게 본다면 작가들은 불행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혹은 그런 비판적인 경향을 갖고 있어서 작가가 되는 것도 같고요. 글로 풀어 내지 못하면 견딜 수 없어서요. _ 김박은경 시인 소외로부터 소외를 한다 해도 인간의 고독은 삶의 한 형식이 될 것입니다. 디 지털 문명이 인간의 존재론적 위상도 근본적으로 재고하게 하였기 때문인데요. 저나 독자님들이나 그런 것에 대한 삶을 대비해야 하죠. 주체적인 존재로 고독 과 함께할 삶을 대비해 마음(정서) · 정신을 탄탄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시를 읽 자 이 말이지요. 저 또한 고독할 삶을 준비하는 목적으로 시는 계속 쓸 것입니 다. 디카시도 열심히 쓰며 디카시 문예운동을 할 것이고요. 제 시가 먼저는 저를 위로하고 다음은 독자님들이 공감하고 공유하고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데요. 그러려면 세상과 삶에 대해 치열한 바라보기가 있어야 하리라고 봅니다. _ 최광임 시인 왜 시를 놓지 못할까. 내 정신은 점점 망가지고 있는데 어떤 위안이나 치료 가 되지 못하는 시를 나는 무엇 때문에 쓰고 있는가. 단 한 명이라도 내 시를 진심으로 읽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계속 쓸 수 있을 거라던 마음은 이런 순간 에 어디에 놓일 수 있을까. _ 천서봉 시인 사랑하는 일에 대한 고민을 좀 하고 싶어요. 삶이 곧 詩와 같은 장르잖아요. ‘사뮈엘 베케트’ 글 중에 이런 문장이 있어요. “내가 언제 죽었는지 더 이상 모르겠다” 이 문장을 따라 좀 걷다보면 나도 모르게 내가 사는 이야기가 있고 아름다움이란 단어도 보일 거라고 생각해요. _ 김 륭 시인
늦가을 석류를 열어볼 때마다 칸칸의 방마다 영롱하고 매끄러운 알들은 또 다른 붉은 방을 상상하게 하더군요. 너무 붉어 죽고 싶었고 죽기에는 너무 살 아있는, 그때나 지금이나 여자는 충혈된 눈으로 석류의 방으로 걸어갑니다. 석류는 병(病)이고 시(詩)입니다. 그 병(病)의 힘으로 여자는 시(詩)를 건너고 있습니다. _ 이화영 시인 |